물, 불, 산, 밥, 집. 한 글자로 끝나는 말은 대개 오래되고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사람이 제일 먼저 이름 붙였을 법한 것들이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한 글자 표제어만 뽑아봤더니 1,383개였습니다. 37만 단어의 0.4%. 그런데 이 1,383개가 한국어 전체와 정반대되는 성질을 하나 갖고 있었습니다.
열에 여덟은 받침이 있다
한국어 글자 전체를 놓고 보면 48.7%가 받침이 없습니다.두 글자 중 하나는 그냥 자음+모음으로 끝나죠. 그런데 한 글자 단어만 떼어놓으면 받침 없는 게 18.9%로 뚝 떨어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받침 없는 한 글자 소리 — 가, 나, 다, 로, 를, 에 — 는 대부분 조사나 어미로 이미 쓰이고 있습니다.그 자리에 명사를 하나 더 두면 말이 헷갈리죠. 그래서 독립된 낱말이 되려면 받침이 붙어 소리가 구별되어야 했던 겁니다.
아는 것만 모아보면
눈에 익은 걸 골라 담아도 마흔 개가 안 됩니다. 나머지 1,300여 개는 대부분 옛말이거나 방언, 아니면 한자 하나를 그대로 쓴 말입니다. 겹받침이 달린 한 글자도 있는데 값이나 곬 정도를 빼면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들입니다.
끝말잇기에서 왜 빼는가
대부분의 끝말잇기가 한 글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규칙을 정할 때 "두 글자 이상"이 거의 기본값이죠. 사전에 1,383개나 있는데도요.
이유는 게임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글자 단어는 첫 글자와 끝 글자가 같습니다. "물"을 내면 다음 사람도 '물'로 시작하는 말을 내야 하는데, 여기서 또 "물"을 낼 수 있느냐를 두고 반드시 싸움이 납니다. 중복 금지 규칙으로 막아도 판이 이상하게 꼬입니다.
한 가지 더. 한 글자를 허용하면 한방 단어 계산이 통째로 달라집니다.예를 들어 '늄'으로 시작하는 두 글자 이상 단어는 하나도 없어서 알루미늄이 한방이 되는데, 사전에는 '늄'이라는 한 글자 항목이 있습니다. 이걸 인정하면 알루미늄은 더 이상 한방이 아니게 되죠. 규칙 하나가 전략을 통째로 뒤집습니다.
이어서 볼 만한 것
한 글자 인정 여부를 포함한 규칙 정리는 끝말잇기 규칙 총정리에 있습니다. 받침 분포는 한국어 글자의 절반은 받침이 없다를, 한방 단어 계산은 한방 글자 195개 전수 조사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