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성마다 단어가 몇 개씩인지는 세어봤는데, 길이는 안 재봤습니다. 어떤 소리로 시작하면 단어가 길어질까요.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하나가 눈에 띄게 튀었습니다.

초성 19개 평균 길이

  • ㅋ4.13자5,401개
  • ㅍ3.66자11,458개
  • ㅇ3.64자58,385개
  • ㄱ3.62자50,939개
  • ㅂ3.62자32,164개
  • ㅅ3.61자42,974개
  • ㄷ3.61자24,224개
  • ㅈ3.61자39,246개
  • ㅁ3.57자23,763개
  • ㅌ3.56자8,837개
  • ㄴ3.55자15,467개
  • ㄲ3.55자4,275개
  • ㅃ3.53자1,888개
  • ㅎ3.45자24,433개
  • ㅆ3.45자2,274개
  • ㅉ3.43자1,599개
  • ㄹ3.41자8,631개
  • ㄸ3.37자2,788개
  • ㅊ3.24자16,046개

ㅋ이 4.13자로 1위입니다. 2위 ㅍ이 3.66자니까 혼자 0.47자를 더 갖고 있어요. 나머지 열여덟 개는 3.24에서 3.66 사이에 빽빽하게 몰려 있습니다. ㅋ만 대열에서 이탈해 있는 모양입니다.

ㅋ이 왜 튀는가

목록을 열어보니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쪽이 원인인지 갈라봤습니다.

가설 1. '큰-' 합성어 때문이다

큰아주머니, 큰개수염, 큰센바람처럼 '큰-'이 앞에 붙는 말이 572개 있습니다. 접두어가 붙으니 당연히 길어지죠. 평균이 4.33자로 실제로 깁니다.

결과: 기각. 이 572개를 통째로 빼고 다시 재보니 평균이 4.11자였습니다. 거의 안 떨어집니다. 원인이 아닙니다.

가설 2. 외래어 때문이다

코·카·커·크·쿠·키로 시작하는 말만 2,416개. ㅋ 전체의 45%입니다. 쿠웨이트, 캔자스시티, 카를스루에… 대부분 외래어와 외국 지명이죠.

결과: 이쪽입니다. 외래어는 원어의 음절을 한글로 하나씩 옮기느라 길어집니다. 영어 Kuwait는 두 음절인데 쿠웨이트는 네 글자죠.

ㅋ 다음으로 긴 ㅍ(3.66)과 ㅌ(3.56)도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프로그램·플랫폼·터미널·테이블처럼 이 소리로 시작하는 말도 외래어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어에 원래 없던 소리일수록 그 자리를 외래어가 채웠고, 그래서 단어가 길다는 얘기입니다.

꼴찌 ㅊ은 왜 짧은가

반대쪽 끝 ㅊ은 3.24자입니다. 두 글자 단어 비율도 31.5%로 전체에서 가장 높은 축이에요(평균은 21%).

차단·촌장·친선·취학·총서처럼 한자어 두 글자가 빽빽합니다. 한자는 한 글자가 한 뜻이라 두 개만 붙여도 말이 되죠. 외래어가 길이를 늘리는 쪽이라면 한자어는 줄이는 쪽입니다. 바로 위 ㄸ(3.37)과 ㄹ(3.41)도 두 글자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퀴즈로 옮기면

ㅋ으로 시작하는 두 글자 문제는 피하세요. 두 글자 비율이 14.1%로 가장 낮아서 답 자체가 적습니다. 대신 네다섯 글자로 내면 외래어 후보가 넉넉합니다.

반대로 ㅊ·ㄹ로 시작하는 두 글자는 답이 많습니다. 셋 중 하나가 두 글자니까요. 조합별 정확한 개수는 두 글자 초성 361개 전수 집계에, 초성별 단어 수는 한글 초성의 원리와 역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