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창제 배경
한글은 1443년 세종대왕이 창제하고 1446년 반포한 문자입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한자를 공식 문자로 사용했지만, 한자는 배우기 어려워 대부분의 백성은 글을 읽고 쓸 수 없었습니다. 세종대왕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우리말이 중국어와 달라 한자로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움을 지적하고, 백성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훈민정음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 창제 연도, 창제 원리가 모두 기록된 문자입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그 증거입니다.
5개 기본 자음의 원리
한글의 자음은 발음 기관(혀, 입, 목)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따르면, 다음 5개가 기본 자음입니다.
가획의 원리
한글 자음의 놀라운 점은 "가획의 원리"로 확장된다는 것입니다. 기본 자음에 획을 더하면 더 강한 소리가 되는 자음이 됩니다.
예를 들어 ㄱ에 획을 하나 그으면 ㅋ이 됩니다. 소리가 거세지는 만큼 글자에도 획이 붙는 것이죠. ㄴ에 획을 더하면 ㄷ, 거기 더하면 ㅌ. 소리의 세기와 글자의 복잡도가 나란히 갑니다.
ㄲ·ㄸ·ㅃ·ㅆ·ㅉ는 획을 더한 글자가 아니라 같은 글자를 나란히 쓴 것입니다. 해례본은 이를 각자병서(各自竝書)라고 따로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ㄹ과 ㆁ, ㅿ은 가획자가 아니라 이체자(異體字)입니다. 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려고 획을 더한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모양으로 만든 글자죠. 한글의 자음 체계는 상형 · 가획 · 이체 · 병서라는 네 가지 원리가 맞물려 돌아갑니다.
영국의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은 1985년 자신의 저서에서 한글을 "자질문자(featural script)"로 분류했습니다. 자질문자란 음의 특성을 글자 모양에 반영한 문자를 말하며, 한글이 이 기준을 만족하는 거의 유일한 문자입니다.
19개 초성 체계
현대 한국어는 총 19개의 초성을 사용합니다. 기본 자음 14개와 쌍자음 5개로 구성됩니다.
19개 초성, 실제로는 얼마나 쓰일까
세종이 설계한 19개 자음이 오늘날 실제로 어떤 비중으로 쓰이는지 세어봤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기반 단어 374,168개, 음절 1,340,220개를 전부 분해한 결과입니다.
- ㅇ13.7%첫소리 15.6%
- ㄱ12.8%첫소리 13.6%
- ㅅ12.2%첫소리 11.5%
- ㅈ11.1%첫소리 10.5%
- ㄷ7.6%첫소리 6.5%
- ㅂ7.2%첫소리 8.6%
- ㄹ7.2%첫소리 2.3%
상위 다섯 개(ㅇ·ㄱ·ㅅ·ㅈ·ㄷ)가 전체 음절의 57.3%를 차지합니다. 반대로 된소리 다섯 개(ㄲ·ㄸ·ㅃ·ㅆ·ㅉ)를 다 합쳐도 2.66%뿐입니다. 초성퀴즈에서 된소리가 섞이면 갑자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이 희소성에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건 ㄹ입니다. 단어 어디에나 나타날 때는 7.2%로 ㅂ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첫 글자만 놓고 보면 2.3%로 뚝 떨어집니다. 세 배 넘는 격차죠. 한국어가 낱말 첫머리에 ㄹ을 꺼리는 성질, 곧 두음법칙이 숫자로 드러난 것입니다. 노동(勞動)을 로동이라 쓰지 않고 이발(理髮)을 리발이라 하지 않는 그 규칙이, 사전 전체를 세어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한글 초성
한글 초성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갖습니다. "ㅎㅎ"(하하), "ㄱㄱ"(고고), "ㅇㅇ"(응응) 같은 초성 약어가 일상 언어의 일부가 되었고, 초성만으로 대화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문자 체계입니다.
초성퀴즈, 초성검색, 끝말잇기 등의 게임도 초성 체계 덕분에 가능합니다. 초성사이트는 이런 한글의 특성을 활용해 37만 단어를 초성만으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