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 한방 단어라고 하면 대부분 칼륨·나트륨을 떠올립니다. 화학 원소 이름이니 "치사하다"는 소리도 듣죠. 그런데 로켓은 어떨까요? 어른은요? 유럽은?
전부 한방입니다. 사전에 '켓'·'른'·'럽'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감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37만 단어를 전부 돌려 세어본 결과입니다.
어떻게 셌나
계산은 단순합니다. 한 글자 단어는 대부분의 끝말잇기에서 인정하지 않으므로 빼고, 두 글자 이상 단어 373,506개만 가지고 이렇게 따졌습니다.
1. 단어의 마지막 글자를 전부 모은다 → 1,698종
2. 각 글자마다 그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가 있는지 본다
3. 하나도 없으면 한방 글자다
결과는 195개. 끝 글자 여덟 개 중 하나꼴(11.5%)이 막다른 길입니다. 그 글자로 끝나는 단어는 모두 1,647개인데, 전체의 0.44%밖에 안 됩니다. 드물지만 아는 사람은 반드시 이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방 글자 TOP 15
그 글자로 끝나는 단어가 많은 순입니다. 숫자가 클수록 쓸 수 있는 한방 단어가 많다는 뜻입니다.
- 1렁310개구렁, 두렁, 누렁, 덜렁, 물렁
- 2륨187개칼륨, 나트륨
- 3릇130개그릇, 버릇, 노릇
- 4늄102개알루미늄, 암모늄, 티타늄
- 5릿90개느릿, 비릿
- 6른68개어른, 서른, 다른, 얼른
- 7켓62개로켓, 티켓, 포켓, 라켓, 소켓
- 8럽45개유럽, 클럽, 시럽
- 9녘32개동녘, 들녘, 남녘, 북녘
- 10듐28개라듐, 로듐, 소듐
- 11릅25개두릅
- 12픔18개슬픔, 아픔, 배고픔
- 13뮴17개홀뮴, 오스뮴
- 14튬16개리튬, 루테튬
- 15늉13개숭늉, 시늉
1위가 화학 원소가 아니라 '렁'이라는 게 뜻밖입니다. 구렁·두렁·누렁·덜렁·물렁… 310개나 됩니다. 칼륨으로 유명한 '륨'은 187개로 2위고요.
아무도 모르는 일상어 한방 단어
이 목록에서 진짜 쓸모 있는 건 화학 원소가 아닙니다. 아무도 한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흔한 말들이죠. 상대가 방심한 상태에서 이걸 내면 그대로 끝납니다.
"로켓"이나 "어른"은 화학 원소처럼 억지스럽지 않아서 시비가 붙지도 않습니다. 한방 단어를 금지한 판에서도 대개 그냥 넘어갑니다. 칼륨보다 훨씬 실용적인 이유입니다.
왜 이런 글자가 생길까
목록을 보면 규칙이 보입니다. 한방 글자는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 ·외래어의 끝음절 — 켓·럽·륨·늄·듐·튬. 영어 rocket·club·-ium을 한글로 옮기며 생긴 소리입니다. 한국어 단어가 이 소리로 시작할 일이 없습니다.
- ·순우리말 어근의 끝 — 렁·릇·릿·녘·릅. 그릇·버릇의 '릇', 동녘·들녘의 '녘'처럼 항상 뒤에만 붙는 조각들입니다.
- ·명사로 바뀐 형용사 — 픔. 슬프다·아프다·고프다에 '-ㅁ'이 붙어 만들어진 말이라, '픔'으로 시작하는 말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음법칙으로 살아나지 않나요
끝말잇기에서 두음법칙을 허용하면 '리'를 '이'로 바꿔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럼 위 글자들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 않을까요? 대부분은 없습니다.
두음법칙은 한자어의 첫소리에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량→양, 력→역, 리→이처럼요. 그런데 렁·릇·릿·녘은 순우리말이고, 켓·럽·륨·늄은 외래어입니다. 둘 다 두음법칙이 닿지 않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이 목록은 두음법칙을 허용하든 말든 그대로 유효합니다.
두음법칙이 실제로 판을 바꾸는 글자가 어떤 것인지는 끝말잇기 규칙 총정리에 배수까지 정리해뒀습니다.
막혔을 때 확인하는 법
상대가 낸 단어의 끝 글자가 한방인지 그 자리에서 확인하려면, 단어찾기에서 "시작하는 단어"로 그 글자를 넣어보면 됩니다. 0건이면 이어갈 방법이 없다는 뜻이고, 몇 건 안 나오면 그것만 외워두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