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초성 19개, 중성 21개, 종성 28개(받침 없음 포함)를 조합합니다. 곱하면 11,172자. 컴퓨터가 표현할 수 있는 한글 글자의 총합이죠. 한글의 우수함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그 11,172자가 실제로 다 쓰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 37만 단어를 글자 단위로 전부 쪼개서 세어봤습니다. 결과는 2,503자였습니다.
8,669자는 한 번도 안 나온다
22.4%. 다섯 자 중 한 자만 실제로 쓰입니다. 나머지 8,669자는 조합이 가능할 뿐, 사전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367자는 37만 단어를 통틀어 딱 한 번 나옵니다. 그 단어 하나가 사라지면 그 글자는 사전에서 사라지는 셈입니다.
뷁은 없지만 쀼는 있다
어떤 글자가 안 쓰이는지 몇 개 확인해봤습니다. 예상과 어긋나는 게 있습니다.
뷁은 인터넷에서 하도 많이 봐서 실재하는 글자 같지만 사전엔 없습니다. 반대로 쀼·뀀·똠처럼 만들어낸 것 같은 글자는 멀쩡히 등재된 말에 들어 있습니다. 받침이 복잡한 옰·앍도 마찬가지고요. 쓰이는 글자와 안 쓰이는 글자를 가르는 건 생김새가 아니라 그냥 역사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 12개
37만 단어에 등장한 글자를 전부 세면 총 1,343,605번입니다. 그 자리를 누가 차지했는지 보면 이렇습니다.
- 1기24,598회
- 2다24,227회
- 3이24,068회
- 4리21,371회
- 5지17,957회
- 6사17,072회
- 7자14,928회
- 8수12,847회
- 9대11,830회
- 10가11,661회
- 11스10,781회
- 12도10,500회
1위 기가 24,598번입니다. 자기·경기·이야기·물고기…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기'가 워낙 많아서죠. 2위 다는 사전이 동사·형용사를 '-다' 형태로 싣기 때문이고요. 상위 12자가 전부 받침 없는 단순한 글자라는 것도 눈에 띕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한글은 11,172자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건 가능성이지 현실이 아닙니다. 실제 한국어는 그중 5분의 1로 돌아갑니다. 나머지는 이름을 짓거나 새 외래어를 옮길 때를 위해 비워둔 여백에 가깝습니다.
쓸모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초성퀴즈나 끝말잇기에서 낯선 글자가 나왔다면 대체로 답이 없습니다. 사전에 쓰이는 글자 자체가 2,503자뿐이니까요. 어떤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가 실제로 있는지는 단어찾기에서 "시작하는 단어"로 넣어보면 몇 초 만에 확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