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 조언은 대개 이렇게 끝납니다. "짧은 단어로 버티다가 긴 단어로 한방을 노려라." 길수록 강하다는 얘기죠. 그런데 사전을 실제로 세어보면 결정타는 짧은 쪽에 몰려 있습니다.
두 글자 단어는 세 글자보다 한방으로 끝날 확률이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이어갈 말이 없는 글자로 끝난다는 뜻이니, 그대로 상대를 막는 공격이 됩니다. 감이 아니라 사전 37만 단어를 글자수별로 전부 돌려 나온 숫자입니다.
어떻게 셌나
한 글자 단어는 대부분의 판에서 인정하지 않으므로 뺐고, 띄어쓰기가 들어간 표제어는 공백을 지워 하나로 합쳤습니다. 그렇게 남은 순한글 두 글자 이상 단어 372,785개가 모수입니다.
1. 단어를 글자수별로 나눈다
2. 각 단어의 마지막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가 사전에 있는지 본다
3. 하나도 없으면 그 단어는 한방으로 끝나는 단어다
4. 글자수별로 그 비율을 낸다
글자수 분포부터 바로잡자
"끝말잇기의 60%는 세 글자"라는 말이 흔히 돌지만, 사전 기준으로 세 글자는 31.9%입니다. 60%에 가까운 건 세 글자와 네 글자를 합친 59.5%고요. 네 글자가 27.6%나 되는데도 실전에서 덜 쓰이는 것뿐입니다. 여기에 기회가 있습니다.
| 길이 | 단어 수 | 비중 | 한방 마감 |
|---|---|---|---|
| 2글자 | 79,027 | 21.2% | 0.6% |
| 3글자 | 118,774 | 31.9% | 0.34% |
| 4글자 | 103,056 | 27.6% | 0.36% |
| 5글자 | 40,006 | 10.7% | 0.38% |
| 6글자 | 18,978 | 5.1% | 0.93% |
| 7글자 | 7,673 | 2.1% | 0.74% |
두 글자가 가장 날카로운 이유
오른쪽 끝 열을 보면 통념이 무너집니다. 두 글자 단어는 0.60%가 한방으로 끝나는데, 세 글자는 0.34%, 네 글자는 0.36%입니다. 길어야 강하다는 말과 정확히 반대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두 글자 단어는 어근 하나가 통째로 끝음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룩·과녁·거듭·느슨·가뜩처럼요. 이런 조각은 뒤에만 붙는 성질이라 그 글자로 시작하는 말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세 글자 이상은 마지막이 '-자', '-기', '-사' 같은 한자 접미사로 끝나는 일이 많고, 그 글자들은 이어갈 단어가 수천 개씩 됩니다.
비율만 놓고 가장 높은 건 여섯 글자(0.93%)입니다. 구시렁구시렁·과망간산칼륨처럼 의태어 반복형과 화학 물질명이 몰려 있어서인데, 사전에 1만 9천 개밖에 없는 데다 입에 잘 붙지도 않습니다. 비율은 높아도 실제로 꺼내 쓰기는 어려운 구간입니다.
진짜 무기는 '준한방'이다
완전한 한방 단어는 판이 깨지기 쉽습니다. 칼륨을 내면 "치사하다"는 소리부터 나오죠. 훨씬 쓸모 있는 건 이어갈 수 있긴 한데, 그 답이 딱 하나뿐인 글자입니다. 규칙상 아무 문제가 없는데 상대는 사실상 못 넘깁니다.
같은 방식으로 세어보니 이런 글자가 347개 있고, 그 글자로 끝나는 단어는 모두 630개입니다. 그중 39.2%가 두 글자 단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앞 절에서 본 결론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죠. 짧은 단어는 안전한 게 아니라, 가장 날카로운 구간입니다.
- 마그네슘→'슘' 이어갈 말은슘페터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72개
- 가톨릭→'릭' 이어갈 말은릭천문대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35개
- 그룹→'룹' 이어갈 말은룹알할리사막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19개
- 구레나룻→'룻' 이어갈 말은룻기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12개
- 덩크슛→'슛' 이어갈 말은슛바날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11개
- 미어캣→'캣' 이어갈 말은캣오랜턴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10개
- 기슭→'슭' 이어갈 말은슭곰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28개
- 겨를→'를' 이어갈 말은를루아르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14개
- 덜컹→'컹' 이어갈 말은컹컹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30개
- 느슨→'슨' 이어갈 말은슨다이 글자로 끝나는 단어 85개
마그네슘을 내면 상대는 슘페터를 알아야 합니다. 경제학자 이름이죠. 그룹에는 룹알할리사막, 미어캣에는 캣오랜턴, 구레나룻에는 룻기가 유일한 답입니다. 전부 사전에 실려 있으니 규칙 위반이 아닙니다. 다만 아무도 모를 뿐입니다.
길이별로 정리하면
한방 마감률이 가장 높고(0.60%), 준한방 630개 중 39.2%가 여기 몰려 있습니다. 거룩·과녁·느슨·겨를·기슭 — 전부 두 글자인데 상대는 이을 말이 없습니다. 외우는 부담이 가장 적으면서 효과는 화학 원소 이름과 똑같습니다. 다섯 개만 외워도 판이 바뀝니다.
118,774개로 물량이 가장 많고 한방 마감률도 0.34%로 가장 낮습니다. 버티는 구간으로 쓰세요. 승부를 걸 자리가 아닙니다.
사전의 27.6%가 네 글자인데 실전 사용 빈도는 그에 한참 못 미칩니다. 준한방의 23.8%도 이 구간이라 물량 대비 기습 효율이 좋습니다. 구레나룻·기업그룹처럼 평범해 보이는데 답이 하나뿐인 단어를 두어 개만 외워두면 충분합니다.
물량이 급격히 줄어(10.7% 이하) 자주 쓰면 금방 바닥납니다. 다만 여섯 글자의 한방 마감률이 0.93%로 가장 높으니, 마지막 한 방으로만 남겨두세요.
넘겨주면 안 되는 마감 글자
반대편도 알아야 합니다. 아래 글자로 끝내면 상대에게 3,000개 이상의 선택지를 그대로 넘겨주는 셈입니다. 급할 때 피난처로는 좋지만, 이겨야 할 때 쓰면 안 됩니다.
흔한 조언인 "-사, -자, -기로 끝내라"는 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지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닙니다. 상대가 초보라면 통하지만, 실력이 비슷하면 그저 판만 길어집니다.
직접 확인해보기
어떤 글자가 막다른 길인지는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어찾기에서 "시작" 모드로 그 글자를 넣어보세요. 결과가 0건이면 완전한 한방, 1~2건이면 준한방입니다.
이어갈 말이 아예 없는 글자 195개를 전부 정리한 목록은 끝말잇기 한방 글자 195개 전수 조사에 있습니다.